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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두 닦 이 아 빠 |
"재창아 일어나, 빨리 준비하고 가야지. 늦는다" 설 연휴를 마치고 아침 기차로 포항에 내려가야 했다. 집에서 쭉 쉬는 동안 늦게 일어나는 것이 버릇이 되어버린 나에게는 참 힘든 시간이었다. 눈 뜨자마자 바로 식탁에 앉았다. 비몽사몽간에 숟가락질을 하고 있는데 구두약 냄새가 났다. "아빤, 아침부터 구두를 닦으시네…" 밥 먹는데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마음 속에서 은근히 짜증이 났던 것 같다. 아버진 지하철 역까지 날 바래다 주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러 먼저 나가셨다. 그 사이 난 재빨리 세면을 하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 집을 나서기 위해 현관에 들어선 순간 나를 숙연하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나의 구두였다. 오랫동안 닦지 않아 먼지가 뽀얗게 쌓인 구두 였지만 어느새 새 구두 보다도 더 반짝거렸다. 일반적으로 아들이 아버지의 구두를 닦는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아버지가 아들의 구두를 닦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아빠는 항상 그러셨다. 내가 집에 왔다가 돌아갈 때는 항상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갔었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아버지의 모습은 12제자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이었다. 참된 섬김의 모습… 기차 속에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구두 닦아줘서 고마워요…" 나의 감사에 아버지께서 꽤 멋적어 하셨다. 멋적어 하신 이유는 당신이 하신 일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하셨기 때문이리라… 한국기독교의 큰 아픔 중 하나가 교회의 분열이다. 현재 약 170개 교단으로 분열되어 있다. 그리스도로인해 한 몸 되어야 할 우리들이지만 한국 교회의 사지는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이러한 문제를 아파하고 있는 깨어 있는 목회자들이 한국 목회자 협의회를 만들어 조직하고 "한국교회 희망의 새천년을 향한 목회자 선언"을 했다. 첫째가 한국교회의 일치(Unity) 둘째가 한국교회의 갱신(Renewal) 셋째가 바로 섬김(Diakonia)이다. 이 것을 생각하며 자신감의 미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것은 뒤로 하더라도, 아버지를 통해 섬김의 진리를 배웠기 때문에… 2001.1.26 < || |